[조선일보] 세계 5000만 개 넘게 팔린 한국 골프공, 미국에서 벌인 일

관리자
2021-06-30
조회수 298


골프 용품·플랫폼 회사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 창업 스토리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입력 2021.06.30 06:00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는 남다른 청소년기를 보냈다. /더비비드

엑스페론 김영준 대표는 남다른 청소년기를 보냈다. /더비비드


1980년대 중반, 15살 나이로 전라남도 장성에서 서울로 집 떠나온 소년이 있었다. 학업 성적은 좋았지만 주입식 공부에 한계를 느껴 세상을 교과서 삼기로 결심했다. 소년은 낮에는 청계천 방산시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수도학원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286 컴퓨터, CCTV 등 당대 최첨단 기기들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못 만들게 없구나.” ‘엑스페론’을 창업한 김영준 대표의 청소년 시절 얘기다.

엑스페론은 골프 용품 제조업체다. 골프 공의 중심 축을 잡아주는 기계 ‘볼 닥터’를 개발한 것을 시작으로 골프공까지 만들게 됐다. 코어가 치우치지 않아 중심이 제대로 선 밸런스 볼 ‘엑스페론’은 지금까지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5000만개 이상 팔렸다. 국내에서도 가성비 골프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몰(https://bit.ly/35T2Uz4) 등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엔 자사의 골프 용품을 판매하던 ‘무인 판매기’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키우는 중이다. 김 대표에게 문제의식을 신사업으로 키우는 방법을 들었다.

◇골프공이 둥글지 않네?


골프공 제조법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설명하는 김 대표. /더비비드

골프공 제조법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설명하는 김 대표. /더비비드


31살이던 2000년 골프를 시작했다. “20년 전 골프는 중년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어요. 또래보다 일찍 골프를 시작했죠. 일주일에 3일은 골프장에 출석 도장을 찍을 정도로 골프에 푹 빠졌어요. 당시 스크린 골프장이 태동하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착안해 실내 골프장에서 골프 경기를 할 수 있는 기술로 특허까지 냈습니다. 사업화 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열성이었죠.”

골프 비즈니스에 뛰어든 건 그로부터 6년 뒤의 일이다. “아내의 지인 소개로 골프공 유통 사업을 시작했어요. 인맥을 쌓기 위해 시간 나는 대로 골프장을 찾으며 부지런히 일했어요.”


타사 공의 단면 연구 모습. 코어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무게중심을 고려하지 않은 공은 똑바로 구르지 못한다. /엑스페론

타사 공의 단면 연구 모습. 코어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무게중심을 고려하지 않은 공은 똑바로 구르지 못한다. /엑스페론


10년 가까이 골프공 유통 사업을 하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날 골프공이 찌그러져 보이는 거예요. ‘내 눈이 잘못됐나’ 의심했죠. 측청기로 공의 지름을 쟀더니 공마다 ±2mm씩 오차가 나더군요. 우리 눈에는 완전무결해 보여도 지구상에 완벽한 구형의 공이 존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문제는 찌그러진 공으로 경기를 하면 공이 똑바로 굴러가지 않아요. 오른쪽과 왼쪽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공이 움직일 때 좌우로 흔들리면서 직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줄거든요. 공을 여러 번 쳐야 하니 스코어에도 영향을 미치죠.”

골프공의 밸런싱을 잡아주는 기기 ‘볼 닥터’를 개발하고 2014년 엑스페론을 설립했다. “골프공 기기에 넣으면 지속적으로 공을 돌린 뒤 무게 중심이 맞는 지점을 찾아 표시해주는 기기입니다. 1분당 6개를 밸런싱 할 수 있죠. 새 공 뿐 아니라 중고공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균형 맞는 부분 찾아 퍼팅라인 표시한 공으로 히트


공의 무게 중심에 맞춰 퍼팅라인을 표시한 엑스페론 밸런스볼. /엑스페론

공의 무게 중심에 맞춰 퍼팅라인을 표시한 엑스페론 밸런스볼. /엑스페론


이름이 생소한 회사가 B2B 사업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인지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영업하려니 막막하더군요. 저희에 대한 신뢰 없이 어느 고객이 큰 돈을 써서 밸런싱 기계를 들이겠어요. 정체성부터 알리는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고 골프장과 일반 소비자 두루 섭렵할 수 있는 골프공 판매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2015년 밸런스볼을 개발했다. “공의 밸런스가 맞는 부분을 찾아 퍼팅라인을 표시한 공입니다. 타사 제품에도 퍼팅라인이 표시돼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을 고려하지 않은 게 대부분입니다. 저희는 제조 후 무게 중심에서 가장 낮은 곳을 찾은 뒤 정 반대편에 퍼팅라인을 표시했어요. 퍼팅라인에 정렬을 맞춰 공을 치면 똑바로 굴러갑니다.”


젊은층, 여성층을 겨냥해 선명한 색감을 내세운 비비드 시리즈. /더비비드

젊은층, 여성층을 겨냥해 선명한 색감을 내세운 비비드 시리즈. /더비비드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해 제품군도 확대했다. “여성을 타깃으로 알록달록 예쁜 색상을 입힌 비비드볼 시리즈도 출시했습니다. 퍼팅라인뿐 아니라 고속 회전하는 공의 안정적인 무게중심인 ‘드라이버 라인’까지 표시한 엑스페론 상위모델도 갖추고 있고요. 골프 실력이나 목적에 따라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까요.”

온라인몰(https://bit.ly/35T2Uz4)을 중심으로 가성비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무인판매기 개발로 성장 2라운드


큐빙 실제 설치 모습 /엑스페론

큐빙 실제 설치 모습 /엑스페론


온라인 유통은 잘됐는데 오프라인 유통은 불합리한 지점이 곳곳에 보였다. “브랜드 힘이 약했던 탓인지 공을 왕창 납품해도 판매가 이뤄진 후에야 수금할 수 있었어요. 다른 골프 용품보다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느낌도 받았습니다. 거래처가 폐업할 경우 애써 만든 공들이 남의 창고에서 굴러다니는 상황까지 펼쳐졌습니다. 영업비만 탕진한 거죠. 2년을 이렇게 하니 회사가 망할 것 같아서 거래처에 납품한 골프공을 모조리 회수했어요.”

제품을 직접 판매할 방안을 고민했다. 그때 떠올린 게 ‘무인 자동판매기’다. “매장을 운영하려면 인건비와 임차료를 감당할만큼 수익을 내야 합니다. 임금이 무서운 폭으로 오르던 시절이라 무인 판매기에 눈길이 갔어요. 시장 조사를 해보니 골프용품에 맞는 장비가 단 하나도 없더군요. 가격도 너무 비쌌고요. 이럴 바에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서 엔지니어를 고용했습니다.”

1년 간의 개발 끝에 2018년 무인 판매기 큐빙(Qving)을 출시, 골프 연습장이나 스크린 골프장에 설치했다.  “제품 실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모델,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하는 모델 등 세 가지 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했습니다. 자판기 위에 43인치 모니터를 적용한 모델도 있어서 광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요. 자판기이자 광고 전광판 역할을 하는 거죠. 제품 유통 시 중간 업체를 끼지 않으니 중간 유통비용도 아낄 수 있고요. 아낀 인건비와 유통비로 제품 가격을 낮췄더니 소비자 반응이 좋았어요. 지금까지 전국 750곳의 골프 연습장과 스크린 골프장에 1400여대의 큐빙을 설치했습니다.”


엑스페론은 무인 자동판매 '플랫폼' 회사로 거듭난 후 다양한 회사에 무인 판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엑스페론 사무실을 가득 채운 무인 판매기. /더비비드

엑스페론은 무인 자동판매 '플랫폼' 회사로 거듭난 후 다양한 회사에 무인 판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엑스페론 사무실을 가득 채운 무인 판매기. /더비비드


큐빙의 존재가 알려지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졌다. 골프 산업과 무관한 업종에서 무인 판매기 설치 문의가 줄 이은 것이다. “카드 포인트나 멤버십 포인트 통합조회가 가능해지자 관련 기업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쌓인 포인트를 온라인에서만 소진하게 하는데 한계가 있죠. 그래서 포인트를 재화로 교환하는 오프라인 기기 수요가 증가했어요. 에너지 회사, 제조사 등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는 다양한 기업에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납품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대형마트에 방역용품 판매용 무인 판매기를 납품했어요. 화장품 회사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무인 판매기가 히트를 치면서 자신감이 붙은 그는 요즘 ‘무인매장’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큐빙을 운영해보니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나 업종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인매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셀프 편의점이 있긴 하지만 전시된 상품을 구매자가 스스로 계산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도난과 재고관리 같은 문제도 있고요.. 저희가 개발중인 무인매장은 키오스크에서 상품을 선택하면 기기가 내 앞에 물건을 가져다주는 방식입니다. 총 1000가지의 제품 1만개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죠.”



◇”계속 선 넘는 회사 될 것”


김 대표에게 코로나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더비비드

김 대표에게 코로나는 위기이자 기회였다. /더비비드


특유의 기지를 재빨리 발휘한 덕에 고속성장 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라는 위기까지 비껴가진 못했다. “지난해 초 추진했던 230억원 규모의 거래가 무기한 연장됐습니다. 미국 전역에 큐빙 3000대를 설치하기로 한 공룡 계약이었죠. 큐빙 개발비로 쓴 돈을 한 번에 벌어들일 좋은 기회였는데 무척 아쉽습니다. 반면 코로나 사태가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무인화’가 트렌드가 되면서 큐빙을 찾는 국내 기업이 많아졌으니까요.”

‘창업’이란 경계를 허무는 일의 연속이라고 강조했다. “저희 회사는 골프공 중심을 잡아주는 솔루션으로 탄생했지만 골프용품 제조사를 넘어서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업종 구분 짓기는 무의미한 것 같아요.” 골프공도 온라인몰(https://bit.ly/35T2Uz4)에서 제품 라인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골프공 사업을 발판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더비비드

앞으로도 골프공 사업을 발판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더비비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골프공 사업을 발판으로 다양한 영역에 도전할 계획이다. “요즘 골프를 즐기는 청년이 많습니다. 좋은 신호에요. 이들이 엑스페론, 비비드, 파스텔, 컴파스, 가온 등 저희가 보유한 다양한 공의 소비자로 거듭날테니까요. 실제로 알록달록 색감이 예쁜 보급형 모델인 비비드볼이 1억개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바 있어 기대가 큽니다.

이 외에도 큐빙 설치 장소를 전국 5000곳으로 확대하고, 무인매장 30개를 런칭할 구상이에요. 앞으로도 제가 가진 재능으로 각종 문제를 개선해서, 골프 애호가들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편리함을 선사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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